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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의 교육정책 평가

이종태/사단법인,한국교육연구소장) | 기사입력 2009/06/04 [13:06]

이명박 정부 1년의 교육정책 평가

이종태/사단법인,한국교육연구소장) | 입력 : 2009/06/04 [13:06]
1. 서론 : 평가에 임하는 입장

지난 1년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과거 10년간 정책기조의 역전 현상이 두드러졌던 시기로 보인다. 경제 분야에서는 국가 개입을 통한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되고 부의 편중을 심화시키는 시장 자율이 크게 강화되었으며 정치 행정 분야에서는 상향식 의사결정 메카니즘이 위축되고 예전의 상의하달식 관행이 빠른 속도로 재등장하고 있다. 남북 관계에서는 화해와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보다는 상호주의라는 이름 하에 대결 구도가 심화됨으로써 지난 10년 간 쌓아올렸던 남북간 화해와 교류의 성과들이 거의 무화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하기는 하지만 이런 정책기조의 역전 현상은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읽을 수 있다. 정책 추진의 성과 여부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지난 30여 년간 교육정책 기조를 이루었던 고교 평준화 정책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나 특목고 확대 기조에 의해 근간이 흔들리고 있으며 ‘학교 자율화 정책’은 경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교육공급자 영역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이전 정부의 정책기조가 대체로 유지되는 영역도 보인다. 예컨대 교육복지 부문의 경우에는 이전 정부들이 추진해 온 정책들을 큰 변화 없이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간 교육정책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막연하고 임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평가의 잣대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고 또 사정(査定)의 대상이 되는 정책 내용과 추진 성과 등에 대한 정확한 사실 자료들이 충분히 확보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치의 문제를 수반할 경우 가치관에 따라 판정 결과가 극단적으로 상반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런 종류의 평가는 대체로 평가자의 취향에 따라 일방적으로 내려지기 쉽다.

포괄적인 정책 평가가 갖는 이러한 문제들을 나름대로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가지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첫째, 최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는 평가자의 태도이다. 스스로의 주관성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안들을 응시하고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해석과 견해들을 충분히 고려하고자 하는 도덕성이 요구된다. 둘째, 평가의 목적이나 의도가 건설적이어야 한다. 만일 처음부터 비판과 부정의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균형감각이 유지될 수 없으며, 평가의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이 글에서 견지하고자 하는 평가의 목적은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교육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몇몇 교육정책 과제들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고 집단적인 반발로 일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이 글은 가급적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가늠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수정 또는 보완되어야 할지에 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셋째, 비록 명확하지 않더라도 정책의 잘잘못 또는 성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으로 정책학에서 말하는 투입-과정-산출의 단계별로 평가 준거와 지표를 만들어 체크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아마도 그것은 비교적 널리 합의될 수 있는 수준에서 우리의 교육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비추어 기존 정책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스스로의 태도와 입장을 한정한다고 해도 이 글에서 표현되는 평가의 언어들은 평가자의 주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한편으로 사태 파악의 무지나 게으름에서 오는 것일 수 있고 평가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편견에 의한 것일 수 있다. ‘학생․학부모 중심의 교육개혁’이라고 하더라도 무엇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인지, 다양한 요구들 중 어느 것을 부각시킬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평가자의 주관적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결국 평가자의 주관적 시각을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 평가의 기준과 척도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 합의 가능한 향후 교육정책의 방향이라면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글(혹은 이 토론회)에서는 그것을 ‘학생․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으로 설정하였다. 즉, 여기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었는가를 판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라기보다는 토론회 기획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합의한 견해이다.

물론 이러한 입장의 설정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학생․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든가 그보다는 후기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든가 또는 과도한 입시경쟁이나 천정부지의 사교육비 문제의 해결과 같은 현안의 해결이 중요하다든가 하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러한 방향 설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것이 왜 우리 교육이 미래에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간략하게나마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획 과정에서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없었기 때문에 이하의 내용은 필자의 평소 생각의 일단임을 밝힌다.

우선, ‘학생․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이란 학생이나 학부모가 주도하는 교육개혁이라기보다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처지와 요구를 잘 반영해야 하며 또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하여 교육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이나 정책들이 그러하지 못했다는 데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것들은 국가 또는 국가기구에서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전문가 또는 행정가 집단이나 교사집단), 달리 말하자면 공급자에 의해 거의 일방적으로 구안되고 추진되었다. 여기서 파생되는 결과 중의 하나는 거의 예외 없이 정책 추진의 결과가 입안 당시의 의도나 목적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입시에 관한 것이든 학교 운영에 관한 것이든,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교사들이 이러저러한 행동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만 늘 정책 소비자들은 예기치 않은 행동을 보임으로써 정책 입안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왔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이 ‘학생․ 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은 단지 새로운 정책들의 현실적합성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편으로 교육이 본질적으로 그러해야 한다는 철학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교육이 그러한 방향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시대적 사회적 당위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이 본질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교육사상사를 통해서 볼 때 새로운 것이 아니라 매우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교육이 국가기구와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된 것은 서구에서 근대국가가 형성된 뒤의 일로서 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이전에는 교육이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부모의 배타적 권리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루 다양한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살던 이질적인 집단들을 묶어 하나의 근대국가 구성원으로 삼고자 했던 근대 부르주아들은 의무교육 제도를 고안하여 교육의 권한을 부모로부터 국가로 이관하였던 것이다.1)

교육의 권한이 국가에 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대규모 인원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하기 위한 군대식 편제와 전국의 학교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거대한 관료체제의 구축이었다. 이 속에서 학생 개개인은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나 능력, 취향 등을 인정받기 어려웠으며 국가가 제도를 통해 부과하는 과업들을 따라가기 급급한 피동적 존재로 남겨졌다. 더구나 근대사회의 등장과 함께 발달하기 시작한 과학은 급격한 지식의 팽창을 가져왔으며 ‘무지한’ 학생들은 교사들로부터 이러한 지식을 공급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이 받는 교육에 관하여 이러저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런 현실에 관하여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요구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루소이다. 그는 성인들에 의한 교육이 오히려 아이들을 기존의 타락한 문화로 오염시킬 뿐이라고 하면서 소극적 교육을 주장하였고 나아가 아이들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잘 습득하는지를 알기 위하여 철저하게 아이들의 특성을 연구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어른들 생각대로 아이들을 다룰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거기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른 바 아동중심교육사상을 설파했던 것이다.

아동중심교육사상은 페스탈로찌를 비롯한 쟁쟁한 후예들을 통해 사상적으로 면면히 이어졌지만, 지난 2세기 남짓 동안 실제의 교육현장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고비용 교육 방식이 다수의 학생을 수소의 교사만으로 훈련시키는 근대국가의 값싼 대중교육체제에서는 수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값싼 교육은 획일적인 교육을 통하여 규격화된 인간과 표준화된 지식만을 생산하였지만,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였던 근대 산업사회는 오히려 그것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지식기반사회의 전개는 이러한 산업사회-대중교육체제의 공고한 결합에 균열을 내기 시작하였다. 기술의 발달과 개성의 해방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산업사회를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이끌었고 이러한 변화는 다시 모든 분야에서 모방과 평범보다는 창의와 독창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낳게 되었다. 그런데 거대한 관료체제로 운영되는 근대 학교교육 체제는 이러한 흐름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지식기반사회-대중교육체제라는 부조응 관계가 가시화되었으며, 이는 ‘학교붕괴’로 표상되는 다양한 형태의 위기로 표출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는 ‘교육의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개혁 방안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제시된 교육의 다양화 방안들은 다른 개혁과제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공급자들이 구안한 것들로서 학생이나 학부모와 같은 수요자들의 정서나 요구 또는 처지와는 동떨어진 것들이었다. 아울러 대부분의 다양화 방안들은 각종 법령이나 제도로 묶여 획일화되어 있는 기존의 교육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변죽만 울리는 것들이어서 진정한 다양성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애초에 없는 것들이었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의 다양성은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교육의 결과여야 한다. 즉, 교육의 다양성이란 여러 가지의 메뉴를 제시하고 그 가운데서 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처지와 요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을 때 저절로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에서 말한 이유들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의 방향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처지를 제대로 반영해야 함을 인정하더라도, 즉 그러한 방향을 정책 평가의 기본적인 척도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책평가를 위한 충분한 기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음과 같은 난점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나 처지를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 것이며 또 그들의 요구가 상반되어 대립할 경우 어느 편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가? 예컨대, 전자의 경우 치열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하여 학부모들이 학교가 학원 이상으로 시험 대비 교육에 몰두해 줄 것을 요구할 때 일반적인 교육 목표를 제쳐두고 거기에 따를 수 있겠는가 하는 반론이 가능하다. 후자의 경우는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특목고의 설치에 대하여 찬반이 엇갈려 나타나는 데서 그 사례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난점들은 평가의 척도와 관련하여 단지 ‘학생․ 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을 지향하는가를 넘어 다양한 요구들을 어떻게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기제를 갖추고 있는가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정책 방안이 얼마나 깊이 있게 검토되어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어떤 정책의 방향이 올바르게 설정되었고 다양한 요구들의 상충으로 인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개념의 모호성이라든가 방안의 구체성 부족 또는 재원 마련과 같은 실현 수단의 부재가 문제가 된다면 그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학급당 인원수의 축소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안이지만 거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확실한 재원 마련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정책의 올바른 방향 설정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는가(혹은 내었는가) 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척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방안들 사이의 일관성 문제도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상호 긴밀하게 관련된 분야의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형평성을 강조하는 데 반하여 다른 것은 경쟁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둘 중 어느 하나, 아니면 둘 다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상을 요약하면 이 글에서의 평가 척도는 ‘학생․ 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이라는 방향성, 상이한 요구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했는가 하는 정책의 완성도, 정책의 실현 가능성, 정책들간의 일관성 등 네 가지로 설정하고자 한다.

3.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개관

우선,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온 교육정책들이 어떤 것인가를 개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두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명시한 국정과제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다양한 상황 변수들을 고려하여 지난 1년간 실제로 추진된 정책들이다.

가. 교육정책의 기조와 방향

□ 인수위 선정 교육 분야 국정과제(교육 분야)


○ 국정지표 : 인재대국의 실현
 
○ 인재대국 실현을 위한 전략
 
 - 원칙
◦ 산업화 시대의 범용 인력 양성을 지양하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와 핵심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 혁신
◦ 공공성과 수월성, 다양성이 조화된 수요자 중심 교육 제공
◦ 교육기관간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학교의 다양화와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고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함.
◦ 자율과 분권의 교육행정 시스템 구축
 
 - 인재대국 실현을 위한 3대 전략 목표
  ◦ 수요자 중심의 교육경쟁력 강화
  ◦ 핵심 인재 양성과 과학한국 건설
  ◦ 평생학습의 생활화
 
 ○ 수요자 중심의 교육경쟁력 강화
 - 대입3단계 자율화
 - 영어공교육 완성
 - 대학운영 자율 확대
 - 고교다양화300 프로젝트
 - 국가장학제도 구축(국가 장학금 제도)
 - 교원능력 제고를 위한 인프라 제고
 
 ○ 핵심 인재 양성과 과학한국 건설
 - 대학 연구역량 강화
 - 교육과정․교과서 선진화(자율화․대강화)
 - 과학기술 투자의 전략적 확대 및 효율성 제고
 - 세계적 과학인재 양성․유치
 
 ○ 평생학습의 생활화
 - 평생학습계좌제 도입
 - 수요자중심의 직업능력개발체제 구축


□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교육부 보고에서 제시된 정책 비전과 과제


 ○ 정책 비전 : “교육 살리기 : 교육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 정책 목표와 과제
 - 자율화․다양화된 교육체제 구축
  ▫ 지방교육자치의 내실화
  ▫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 대입 3단계 자율화
 - 학교교육 만족도 제고
  ▫ 영어공교육 완성
  ▫ 교원능력 제고 인프라 구축
  ▫ 교육과정․교과서 선진화
  ▫ 즐거운 학교 만들기
- 교육복지 기반 확충
  ▫ 기초학력 미달 제로 플랜
  ▫ 맞춤형 국가 장학제도 구축
  ▫ 전국민 평생학습 생활화


나. 1년간 추진된 주요 정책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선정한 국정과제나 정부 출범 초기에 국민들에게 제시한 정책기조와 방안들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체로 순조롭게 반영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거나 정책 추진 주체의 내부에 변화가 생겨 일부가 수정 보완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한 주요 정책들은 다음과 같다.2) 그러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대부분이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수준이며 정책 추진의 결과가 나타난 것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현단계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기조와 방향 수준에서 평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3)

□ 학교 자율화 정책

이 정책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08년 4월 15일) 처음 발표된 것으로 최우선 순위를 갖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교육과학 기술부는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08년 11월과 09년 5월) 후속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차 발표 주요 내용 

 - 방향 : 학교가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운영에 관한 권한을 학교장 등 학교 구성원에게 돌려주고,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되, 국가는 국가기준의 설정 등 기획ㆍ조정, 학생의 건강·안전, 교육수요자의 권리보호 등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 주요 조치

   ▫ 교육과정ㆍ학사 운영의 자율성 대폭 확대 : 포괄적 장학지도권(초중등교육법 제7조) 등 각종 규제지침 폐지

   ▫ 단위학교 자율운영에 대한 책무성 확보 : 학교평가, 학운위 기능 강화 등 내부 자율통제기능 강화

   ▫ 행정절차 간소화 : 각종 인가 및 보고사항을 정보공시제로 전환하여 학교 행정부담 경감

 -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지원 : 08년 9월 100개교 공모,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 2차 발표 주요 추진 과제 

 - 각종 규제 지침 일괄 정비 계획 발표 : 515개 지침 중 188개만 남기고 08년 12. 31 일제 정비

○ 3차 발표 주요 추진 과제 

 - 교육과정 자율화

   ▫ 국민공통교과 연간 총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편성 가능

   ▫ 교과별로 학년 학기단위 집중이수 확대

   ▫ 재량활동과 특별활동 통합 운영

 - 교원 인사 자율화

   ▫ 교사 정원의 20%까지 초빙권 모든 학교에 부여

   ▫ 비선호지역에 장기 근무(10년)가 가능하도록 지역․학교단위 교원임용제 도입

   ▫ 특정분야 박사학위 소지자가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외부전문가의 교사자격증 취득 경로 마련

 - 자율학교 확대

   ▫ 새로운 학습방법을 적용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과부 재정지원 학교를 중심으로 자율학교 확대 추진(마이스터고, 기숙형고, 교육과정혁신학교, 사교육없는 학교, 학력향상중점학교, 전원학교 등) 

   ▫ 현행 전체학교의 2.5%(282개교)를 2010년까지 20%수준(2,500여교)으로 확대

   ▫ 교과별 수업시수 35% 증감 편성, 정원의 50%까지 초빙교사 임용 가능

 - 학교현장 지원체제 구축

   ▫ 시도교육청에 정원운영의 자율권 부여 : 2010년부터 총액인건비제로 변경

   ▫ 학교정보공시제, 학교장 중임심사 강화로 책무성 제고

□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 자율형 사립고 : 2012년까지 100개 지정 목표 

 - ’08. 12. 30(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일부 개정령안과「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운영에 관한 규칙」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09. 3. 24 국무회의 통과)

 - 법인전입금 최소부담 기준은 특별시ㆍ광역시 소재 학교의 경우 학생납입금 총액의 5%이상, 도 소재 학교의 경우 3%이상

 - 학생 납입금은 시ㆍ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재정결함보조금은 지급하지 않음.

 -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정원의 20% 이상 선발 의무화

 -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ㆍ운영위원회」에서 5년단위로 평가

 - 09년 5월 1일 이후 시도교육청별로 신청 접수 중

○ 기숙형 공립고 : 2011년까지 150개 지정 목표

 - 시범운영 9개교 선정ㆍ재정지원(’08.5), 79개교는 교과부기준 조정 후 선정(’08.12)

 - 09년 4월 13일 모델학교 8교 지정

○ 마이스터고 : 50개교 지정 목표

 - 운영 방안

   ▫ ‘마이스터고’  졸업후 지속적인 경력개발이 가능하도록 군복무제도 개선과 직장내 학위취득이 용이하도록 제도 개선

   ▫ 예비 마이스터를 양성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교육규제 완화

   ▫ 국가차원에서 집중 육성하여‘전문계고 선도모델’로 발전

 - 2008년 10월 마이스터고 9교 지정(2010년 개교)

 - 2009년 2월 12교 지정(2010년 개교)

 - 졸업과 동시에 산업체 취업 약정

□ 대입제도 개혁

○ 자율화 3단계 계획

 - 1단계 : 2009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 수정고시 완료(‘08.3.10) - 영역별 과목별 표준점수 공개/ 대입 업무 대교협 이양(08)/ 입학사정관제 도입 실시

 - 2단계 : 2012년부터(현 중3 적용) 수능과목 축소(탐구영역 4→3과목으로) 및 수리영역 출제 범위 조정/ 영어 수능 과목 국가영어시험으로 대체 여부 결정

 - 3단계 : 2012년 이후 대학이 본고사 없이도 학생의 잠재력ㆍ창의력을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시점에서 대입 완전자율화 추진

○ 입학사정관제 시행

 - 2007년 시범사업으로 10개 대학 선정

 - 2008년 기존 대학 포함 40개 대학으로 확대(158억 지원)

□ 사교육비 경감 정책

 ※ ‘사교육비 절반’ 공약에 따라 정부 출범 초부터 관심

○ 학원비 경감 노력

 - 08. 4. 15일 교과부가 학원비 실태 및 학부모 의식조사 결과 발표 : 응답자의 85%가 신고된 수강료보다 높게 받는다고 응답

 - 이후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특별 지도․단속 실시 및 11월24일 교과부 홈페이지에 “학원비 온라인 신고센터” 개설/  공정위, 국세청, 경찰청,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관련기관 협력 ⇒ 854개 위반 학원 적발, 등록말소 2건, 교습정지 47건, 경고 및 시정명령 771건 등의 행정처분

 -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원평가 실시 : 09년 시범학교를 1,570교로 확대하고 10년 전면 실시(08년 669교)

   ▫ 특목고 입시부담 경감 : 내신 반영률 제고(09년 46.2%)/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 등

   ▫ 선발 학교 지원 제한 : 광역단체별 모집, 자사고와 특목고 중 1교만 지원 등

   ▫ 방과후 학교 활성화 지원 확대

○ 사교육 없는 학교 지원

 - 사교육 없는 학교의 개념 : 학교장과 교사의 열정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믿음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정규교육과 학생 수요에 맞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교육 수요의 대부분을 학교 교육으로 충족시켜주는 학교

 - 금년 6월 전국 400개교 내외 학교 선정, 7월부터 운영

     ▫ 학교당 평균 1.5억원씩 총 600억원 지원

     ▫ 선정 학교는 3년내에 사교육비 지출을 50% 경감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교육 만족도 80% 이상을 목표로 추진

  - 자율학교로 지정, 수업시간 확대 등 정규수업 강화 및 교육과정․교원인사 자율권 확대

  - 연도별 성과를 평가하여 미흡시 지원 중단 조치

※ 2008년 사교육비 지출 실태(교과부와 통계청 공동 조사)

 - 사교육비 총 규모 : 20조 9천억원(07년 20조 400억원)

 - 전년 대비 4.3% 증가(물가지수 상승률 감안하면 0.3% 감소)

 -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 3천원으로 전년대비 5.0% 증가했으나, 불변가로 환산한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0.3%)

 - 이번 조사에서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08년 4/4분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음

□ 교육복지 대책 

 ※ 이명박 정부 새로운 20대 국정전략의 하나로 “교육복지 확대” 채택 (08. 10. 7, 국무회의에서 확정)

<이명박 정부 교육복지 대책 비전과 전략>



 


 

○ 이명박 정부 교육복지 정책의 특징

 - 저소득층ㆍ소외계층의 교육기회를 대폭 확대

 - 실질적 교육격차 해소에 중점 : 학력격차 해소 지원 체계화

 - 기존 교육복지 정책의 사각지대 대폭 보완

 - 교육복지 수요 높은 사업은 참여정부 대비 투자 및 지원 대폭 확대

○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을 2학년까지 확대하기 위한 예산 1,090억원과 현역사병의 대출이자 연체를 방지를 위한 아지유예예산 110억원, 근로장학금을 4년제 대학까지 확대하기 위한 예산 130억원 등 ’09년도 학자금 지원 예산으로 5,485억원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08. 9)

 - 한국장학재단 설립 : 국정과제인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을 위하여 지난 2월 6일 제정 공포된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 제정 공포(4월 27일)

 - 대학등록금 사실상 동결 유도

□ 기타 주요 정책들

○ 영어교육 개선

 - 학생용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12년부터 시행)

 - 초등 영어 수업시수 확대(2010부터 주당 1시간씩)

 -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 도입

○ 고등교육의 질 제고

 -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 추진

 - 대학자율화 2단계 계획 추진

○ 평생학습계좌제 도입

○ 교과교실제 추진 : 2010년 3월부터 실시 예정으로 600개 학교 공모

□ 언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

○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 논란

 - 08 수시전형에서 고려대가 전형 요강과 달리 내신1등급 일반고생을 탈락시키고 5, 6등급의 외고생을 대거 합격시킴.

 - 뜨거운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교협을 통해 이 문제를 유야무야시킴.

 - 이와 관련 정부는 대입 자율화 추진 속도를 늦추고 당초 인수위 발표대로 2012년 이후 여건을 보아 완전 자율화를 추진한다고 천명

○ 학업성취도 검사(이른바 일제고사) 실시에 따른 사회적 논란

 - 2008. 10. 학교정보 공시를 명분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일제고사 실시

 - 이에 대하여 전교조 등 일부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일부 학생과 학부모 동조

 - 전국에서 10여 명의 교사 파면 또는 해임

○ 서울 국제중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들

 - 초등학생들의 입시지옥을 부활시킬 우려가 있다거나 의무교육 단계에서 교수언어를 외국어로 하는 것의 부당성 등의 이유로 서울 국제중 설립에 대한 반대 여론 형성

 -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교설립 인가 강행(09년)

3. 정책의 평가

가. 총괄

매우 임의적이기는 하지만, 국정과제 및 지난 1년간의 교육정책에 관하여 앞에서 설정한 평가 척도에 따라 다음 표와 같이 판단해 보았다. 이 표에서 언급되지 않은 정책들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 항목별 논의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주요 정책 과제

방향성

완성도

실현가능성

일관성

국정 과제 전체



×



×

학교 자율화 추진









고교 다양화 300



×



×

대입자율화 3단계



×

×

×

사교육비 경감





×

×

교육복지 대책









나. 방향성

이 항목은 각각의 교육정책 과제가 ‘학생․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이라는 방향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국정과제 수준에서 볼 때 적어도 총론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중시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구호를 제시한 것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재대국의 실현 전략의 원칙으로 ‘공공성과 수월성, 다양성이 조화된 수요자 중심 교육 제공’을 천명하고 있으며, 3대 전략 목표 중 하나로 ‘수요자 중심 교육경쟁력 강화’를 설정한 것이 그 근거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요자 중심’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우리 사회의 어떤 대상과 어떤 내용의 정책을 말하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것이 과연 앞에서 논의한 ‘학생․학부모 중심 교육개혁’에 일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즉, 5․31 교육개혁 방안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처지와 요구를 배려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부 경쟁력 있는 계층의 목소리나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정책 과제들을 볼 때 다소 완화되기는 한다. 예컨대 ‘수요자 중심의 교육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과제들 중 ‘영어공교육 완성’이나 ‘국가장학제도 구축’, ‘교원능력 제고를 위한 인프라 제고’ 등은 학교교육이 학생이나 학부모의 실질적인 요구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대입 3단계 자율화’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한편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자칫 우리 사회의 경쟁력 우위 계층에게만 환영을 받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그러한 정책들은 학교교육의 내용을 질적으로 상승시키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들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좀 더 자유로운 진학 경쟁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실제로 추진된 교육정책 과제들 역시 정책의 방향성에 관한 한 국정과제 수준과 유사하게 말할 수 있다. 즉, 총괄적으로 말하자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일부 정책은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공급자간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수요자간 경쟁을 심화시켜 이전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빠트렸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의 경우 각종 규제를 없애고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과 교원인사의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폭을 키웠다는 점에서 전자의 긍정적 평가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의 강력한 입시 자장 속에서 그것이 강제 보충수업이나 심야 자율학습의 확대 또는 학교의 입시기관화 가능성 같은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판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부작용이나 우려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부수적인 문제들이지 그것 때문에 학교 자율화를 중단해야 할 정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반면,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나 대입 자율화 3단계 정책은 일견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진정한 교육적 요구를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입시 경쟁을 유발하고 또 그로 인해 파생되는 복잡한 요인들을 간과한 채 단지 수요공급의 원리라는 자유 시장 논리를 진학 경쟁 부문에 적용하려고 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것은 정부가 직접 추진한 정책보다는 교육감이 권한을 가지고 추진한 정책들, 예컨대 국제중 설립이나 일제고사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책의 내용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수능 시험 결과를 등급 대신 영역 및 과목별 표준점수로 제공한 것은 이러한 지적의 대상이 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도입 시행한 것은 시험 점수 이외의 다양한 요소들을 입학 사정에 반영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숙형 공립고는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으며 마이스터고는 굳이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학생에게 안정된 진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숙형 공립고는 여전히 대학 진학률 제고라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마이스터고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고교 단계의 전문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제쳐두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도 안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특히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하여 좀 더 세련된 정책 방안을 고심하기보다 학생간 경쟁을 시장 원리에 내맡김으로써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교육복지 대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절실한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20조 원 이상의 가계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사교육비 문제의 해결을 어떤 명분으로라도 지나칠 수 없게 만들고 있으며, 갈수록 커지는 빈부 및 교육격차 문제는 교육복지에 대한 수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정책들은 이전 정부에서도 적극 추진되어 온 것들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완성도

앞에서도 말했지만 완성도란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요구가 서로 충돌할 경우, 또는 그들의 요구를 액면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교육원리의 심각한 왜곡이나 다른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감안한 복합적이면서도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완성도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한 정책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교육복지 대책에 국한된다. 이것들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별 이견이 없는데다 그 자체로서 교육 원리에도 부합된다. 물론 여기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교육 없는 학교 지원’ 정책의 경우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정책은 학교에 매년 1억 5천만원 정도 지원하고 대신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을 학원 대신 학교에 머물면서 입시에 대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학교를 올해 400교 선정하고 3년 후 사교육비를 현재의 50% 이하로 줄이고 학교교육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80%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종류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그동안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거한 학교교육 개선 정책들이 어떤 궤적을 거쳤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점수 경쟁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등 사교육 수요의 원천을 그대로 둔 채, 그리고 우리나라 교사들의 일반적인 의식과 행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그리고 일부 학교에 대한 소액의 재정 지원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순진무구의 발로이거나 아니면 수치로 표현되는 사교육비 총액 경감이 지상의 목표라는 주객전도의 정책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4)

다른 정책들은 수요자들 사이에 상당한 이해상충이 존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과제들이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단지 자율과 경쟁이라는 논리를 획일적으로 적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초기에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에 대하여 일부 학부모나 교사들이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친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교 단계의 선발 입시 확대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수도 많으며 대입 자율화와 관련하여 이른 바 3불정책을 찬성하는 국민도 적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적극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면, 이명박 정부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나가는 것이 똑같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 위기 국면을 맞아 경제적 시장에서도 시장 자율의 한계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교육적 가치와 논리가 별도로 존중되어야 하는 교육정책의 입안과 추진에서 세심하고 정교한 접근 없이 자율과 경쟁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은 재고해 볼 일이다. 흔히 지적되는 말이지만, 시장에서 추구하는 이익은 즉각적인 것이지만 교육은 먼 장래에 이익이 되는 것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 실현 가능성 또는 성과

이 항목은 교육정책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가 또는 아직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설정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책은 학교 자율화 추진과 교육복지대책뿐이다. 학교 자율화의 경우 대부분의 세부 실천 과제들은 기존의 규제 법령과 규칙들을 폐지하고 관행을 바꾸면 되는 것들이어서 예산이나 인력의 추가 소요가 크지 않다. 그야말로 정부가 마음먹고 추진하면 달성이 가능한 목표인 셈이다. 반면 교육복지 대책은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상당한 추가재원과 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교육복지 대책은 이전 정부에서 상당한 기틀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그 수혜 대상과 복지 수준을 확장해 나가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반면, 여타의 정책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지속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경우 외형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300개 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목표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과연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라는 본질적인 목표 구현으로 이어질 것인가이다. 앞에서 방향성과 관련하여 지적한 바도 있지만, 이들 세 유형의 새로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우리나라의 고교 교육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탐색의 결과라기보다 몇 가지 단편적인 문제들에 대응한 임시방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 외에 사립학교 경영자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사립학교 전반의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별로 담고 있지 못하다.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의 선택권이나 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왜 하필 ‘100’개에 국한되어야 하는지, 거기에 들지 못하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그것은 기존의 6개 자사고가 가진 수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방편이 아닌가 생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사회적인 여론을 감안하여 학생 선발을 해당 시도 안으로 제한하고 성적순이 아니라 추첨으로 뽑도록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물론 일부는 3~5배수를 선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적 경쟁의 폐단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기숙형 공립고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되지 않는 동일 지역의 일반계 고등학교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농어촌 또는 군(郡)지역의 준 명문고 유치라는 갈증을 풀어줄 수 있겠지만, 거기에 입학하지 못하는 더 많은 학생들의 좌절과 그들이 다니는 학교의 피폐화에 대해서는 별 대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더구나 일부겠지만 도시의 아이들이 이들 학교로 역 유학을 갈 때 실제로 농어촌 지역의 주민들이 받는 교육적 혜택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숙형 공립고 150개 설립이라는 정책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이었는가 반문할 수밖에 없다.

마이스터고 역시 이와 유사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며 이에 관해서는 방향성과 관련하여 언급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대입 자율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정책 목표가 원활하게 성취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학교교육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안 모색이 있어야 하며 고교와 대학간 유기적인 연계 방안, 그리고 미래사회의 특성에 부합하는 고등교육의 체제와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대입 자율화 3단계 방안에도 물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폭과 깊이에 비해 제시되고 있는 방안들은 매우 피상적이고 단편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입 완전 자율화 추진을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12년 이후로 미룬 것은 이러한 사안의 복잡성을 인식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실현 가능성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일었던 학원가의 환호성은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질적인 방향이 사교육 수요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교육비 총액(20조 9천억 원)이 2007년에 비하여 8천 6백억 원이나 증가했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한다. 물론 정부는 물가지수 상승률 4.7%를 감안하면 소폭(0.3%) 감소하였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수치의 조작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 보도자료에서도 밝혔듯이 2008년 하반기의 경제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위축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증가 압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 일관성

이 항목은 정책과제들 사이에 방향이나 추진 방식 등이 서로 충돌하거나 어긋나지는 않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요소가 있다면 교육정책의 성과는커녕 교육 자체의 방향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정책은 실현가능성 항목과 마찬가지로 학교자율화 추진 정책과 교육복지 대책뿐이다. 이 정책들은 다른 정책들과 상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면 나머지 정책들은 서로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있어 심각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 3단계 자율화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충돌이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가운데 자율형 사립고 역시 부분적으로는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상충한다. 혹자는 대입 자율화 정책이나 자율형 사립고의 설립이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대입제도가 어찌 되던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 정책을 새롭게 시행한다고 해서 얼마나 추가적인 사교육 수요가 발생하겠느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작은 틈만 있어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자율형 사립고처럼 선발된 집단 속에 끼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등급제가 갖는 느슨함보다는 점수제가 갖는 첨예한 경쟁체제가 더 많은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학원가의 환호나 사교육비 증가율이 이를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정책 과제들 상호간의 일관성이라는 항목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4. 결론에 대신하여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는 교육 분야에서 적지 않은 정책들을 입안,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대입 자율화나 자사고와 특목고 확대 등 평준화 정책을 기조로 하는 종래 정책들을 하루아침에 뒤집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나 정치 영역의 정책들에 비하여 교육 분야에서는 정책의 무조건적 역전 현상들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일부 정책들은 그러한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다른 일부 정책들은 이전 정부의 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였으며 또 다른 일부 정책들은 좀 더 전향적으로 방향으로 나아간 것도 있다고 판단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처지를 감안한 교육을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최소한 총론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의 긍정적 답변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관주도 성격과 오래된 규제 법령들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이를 학교 구성원들에게 주려는 시도는 적극 옹호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책 과제들의 완성도나 실현가능성, 일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총론 수준에서의 소극적 긍정은 다소간의 실망과 의구심으로 바뀌고 만다. 자율화라는 것은 사회 전반의 민주적 소통과 상향식 의사결정이 정착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금 정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책들이 문면으로 나타난 것으로만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 세부 실천 과제를 보거나 그것들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과정을 보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교육정책이라는 게 워낙 난해하고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귀납적 방식의 정책 수립보다 거역하기 어려운 어떤 전제(또는 일종의 도그마)에서 정책 방안들을 연역해 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정한 수요자 중심 교육이란 아무리 비능률적이어도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이나 처지를 누구도 홀대함 없이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세심하고도 정교한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고 볼 때, 어떤 획일적인 논리- 그것이 평등이든 자율이든 경쟁이든 간에 -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공급자보다도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간 경쟁을 더욱 격화시켜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기보다 이전보다도 더 비참한 점수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좀 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책 입안과 추진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또 권유하고 싶다.

(교육단체 대 토론회 발제: 이종태/사단법인,한국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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