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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읍’ 알고 보니 원조 혁명 도시였네!
소박한 농민들 역사와 곧은 선비 정신이 잘 어우러진 곳
기사입력: 2008/11/28 [11:37] ㅣ 최종편집: 나눔뉴스.
이민선 기자
 


▲ 초겨울 내장산과 유머 넘치는 안내원 최혜숙     © 이민선


여행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낯설고 새롭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길 이 낯설고 창밖을 스치는 풍경이 낯설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이 새롭다. 또, 그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즐거운 것이다.

지난11월25일과 26일, 1박 2일 동안 소박하고 아름다운 도시 전북 정읍을 다녀왔다. 해외로 나갔다 온 것도 아니면서 웬 호들갑이냐고  핀잔 하시는 분도 있을 터. 그 말도 맞다. 좁은 땅덩어리다 보니 우리나라 경치는 어디를 가던지 그 곳이 그 곳이다.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정읍도 마찬가지다. 흔히 볼 수 있는 논 과 밭,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흔히 볼 수 있는 산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이지만 정읍에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었다. 지금부터 아름답고 소박하고 새로운  도시 ‘정읍’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봉준 장군 후손이 많아서 농민운동 활발한 정읍” 

 
▲ 친절한 공무원 오선익 정읍시 사계절 관광과 관공진흥담당     © 이민선


정읍역에 도착하니 친절한 오 팀장(오선익, 사계절관광과 관광진흥 담당)이 마중 나와 있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정감 있게 구사하는 여성이다. 어째서 공무원이 마중 나왔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터. 때문에 미리 밝혀둔다. 이번 여행은 초청을 받아서 간 것이다.

한국 인터넷 언론사 협회 소속 기자 및 발행인 들을 대상으로 한  팸 투어(사전답사여행)에 참가했다. 이번 팸 투어는 전북 정읍시(시장  강광)가 후원하고 전북 관광협회가 주관했다. 그래서 친절한 공무원이 마중 나온 것이다.

동학 농민 혁명 기념관이 첫 번째 코스였다. 친절한 오 팀장은 “전봉준 장군 후손이 많아서 정읍은 농민 단체 활동이 활발하다. 그래서 야적 시위도 전국에서 제일 빨리 한다” 며 친절하게 너스레(?)를 떤다. 

 
▲ 동학 농민 혁명 기념관     © 이민선


새로운 사실이다. 전남 광주만 혁명의 도시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정읍이 혁명 도시로 역사가 더 깊었다. 원조 혁명도시인 셈이다. 이곳은 동학 농민군이 관군을 크게 이긴 최초의 전승지다. 구리 빛 농민들 피부와 꼭 닮은 ‘말목장터 감나무’ 가 기념관 입구에서 여행객들을 반겨줬다. 1894년 농민들이 고부군수 조병갑 횡포에 못 이겨  봉기할 때 이 감나무 밑에서 결의를 했다고 한다. 말목장터 감나무는 지방 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다.

점심을 먹고 청정 유기농 포도 체험 센터를 들렀다. 올해 예순 네 살 된 포도 유기농 단지 영농조합 조합장 유연성 씨는 “정읍이 고향이고 포도가 좋아서 이곳에 살고 있다” 는 말로 우왕좌왕하는 기자들 관심을 ‘포도’ 에 집중시켰다.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농사짓는 진짜 유기농 지역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때문에 땅이 살아있고 미생물이 살아있는 청정 지역이라는 것. 포도 체험 센터에는 식당 목욕탕 찜질방 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순 유기농 식품으로 만들어진 식사를 하고 유기농 포도 향이 나는 찜질방에서 쉬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한 관계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즐기고 싶은 코스다.


‘상춘곡’ 은 정읍 사람들의 영원한 ‘로망’ 

 
▲     © 이민선 - 안성열 사료관 관장 , 그네타는 김영주 기자


‘태산 선비 사료관’ 은 유서깊은 선비의 고장 정읍을 잘 표현 해 주고 있는 곳이다. ‘상춘곡’ 이 실려 있는 ‘불우헌집’ 이 눈에 띄었다. 정읍 사람들은 가사 문학의 효시 ‘상춘곡’ 이 지어진 고장 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안성열 사료관 관장 과 강관 정읍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상춘곡’ 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춘곡은 조선 성종 때 학자 정극인(불우헌) 이 지은 가사다. 불우헌은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벼슬을 버리고 정읍 땅 태인(泰仁)에 은거했다. 이곳에서 그는 봄 경치를 읊은 ‘상춘곡’ 을 완성했다.

태인 선비 사료관에는 춘향이가 분홍치마를 휘날리며 탓음직한  그네가 있었다. 마침 여기자(시흥시민뉴스 김영주 기자)가 있어서  그네에 태우고 힘껏 밀어 줄때 까지는 좋았는데 입방정을 잘못 떨어 한참을 전전 긍긍 해야 했다. 겁도 없이 난 김영주 기자에게 ‘살찐 춘향이가 그네 타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다행히 성격 좋은 김영주 기자는 살짝 째려보기만 했을 뿐 더 이상 불쾌한 감정을 표현 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 

▲ 강광(정읍시장) 과 김삼석 대표(한국인터넷 언론사 협회)     © 이민선


▲ 노릇노릇 한우     © 이민선


‘한우’ 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정읍에는 ‘산외 한우마을’ 이라는 먹거리 타운이 조성돼 있다. 강광 정읍 시장은 “이제 한우 하면 ‘횡성’ 이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한우 하면 ‘산외’ 다” 라는 말로 자부심을 표현했다.

한외 한우마을은 자생적으로 조성된 거리이고 한우와 관련된 50여개 상가가 밀집되어 있다. 강 시장 말에 따르면 한외 마을이 서울에 비해 고기값은 세배 싸고 맛은 세배 좋다고 한다.

저녁식사 메뉴가 한외마을 한우였다. 아무것이나 있는 대로 잘 먹는 식성이라 특별한 맛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단백한 맛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빨간 고기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방사선’ 알고 보니 꽤 쓸 만한 물건이네!


단풍이 아름다운 화려한 내장산은 볼 수 없었다. 초겨울 내장산은 나무 가지만 앙상했다. 그래도 운치가 있었다. 내장산은 순한 산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 높지도 않고 가파르지  않아서 누구나 다 받아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한마디로 친절하고 사투리가 구수한 정읍 사람들과 닮은 산이다.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곳은 엉뚱하게도 ‘방사선 과학 연구소’ 다. 여행의 낭만과는 좀 거리가 느껴지는 장소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방사능 또는 핵 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장소였다.

‘방사능‘ 이라는 말을 들으면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과 기형아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른다. 하지만 이곳은 방사능을 이용해서 매우 긍정적인 일을 하는 곳이다. 한 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방사선은 인류가 발견한 태양열과 같은 일종의 에너지다. 또, 물체를 쉽게 이온 시키거나 투과할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원리를 이용, 방사능을 생명공학과 환경공학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 바로 이곳 방사선 과학 연구소다. 이곳에서는 방사선을 이용, 우주식품도 개발했다. 우주인 이소연이 동료들과 함께 나누어 먹은 우주식품을 바로 이곳에서 개발, 조달했다. 

 
▲ 방사능 연구센터, 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 이민선


처음 연구소를 지을 때는 주민들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고 한다. 방사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정읍시와 연구소 측은 오랜 시간 설득하고 타협해서 주민들 찬성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이 점 또한 높이 평가할 일이다. 우격다짐으로 주민들 반발을 물리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맟기 일쑤인 행정 관료들에게 귀감이 될 일이다.

인구 약13만 정읍의 특징은 평범함과 소박함이다. 또,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겸손함이다. 정읍시는 관광도시를 꿈꾼다. 때문에 광광 명소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징을 잘 살렸으면 한다. 정읍은 농민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또, 대쪽같은 선비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관광지는 지배자(왕)들 역사가 있는 곳이다. 경주가 그렇고 공주가 그렇고 서울이 그렇다. 하지만 정읍의 역사는 평범한 농민들의 역사와 곧은 선비 정신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이것이 곧 새로움 이었다. 이름난 관광지에서 찾을 수 없는, 왕들이 살던 궁성터를 돌면서 느끼는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느낌 이었다.  정읍이 보여주는 농민들의 역사와 곧은 선비 정신은 피부에 닿는 역사였다.  이런 역사에 스며있는 소박함과 겸손함을 잘 살린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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