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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원 팔순초대展, 쾌감을 일으키는 주관적인 정신력의 쾌적(快適)
동서양양(東西洋洋)을 초월하는 자연미의 대표적 우위
기사입력: 2018/03/11 [19:07] ㅣ 최종편집: 나눔뉴스.
朴 明 仁(미술평론가·한국미술협회 평론부이사장)
[나눔뉴스=박명인 미술평론가]미술이란 자연을 미화하는 것으로써 인공적으로 자연의 형상이나 인간의 마음을 아름다운 색이나 선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 미화라는 것은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비롯된다. 무형의 요구이며 본능이다. 자연계의 제반현상이 심상(心像)과 일치했을 때 자연의 아름다움이 처음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 의해 미술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자연현상을 사유하고 완성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자연을 미화한다고 규정하게 되며 바로 미술이며 창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의 미는 자연의 미와는 다르다. 미술의 미는 인류에 의해 요구되고, 본능에 의해 구상(具象)된 하나의 조형현상이며 완전히 미적 요소 바로 그것만으로 조형화되기 때문에 인류가 먼 옛날부터 오늘까지 이 세계에 생긴 일체의 미술을 미의 객관적인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강길원의 미술영역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이 곧 자연미입니다. 나는 80평생을 그림을 그리며 오직 순수자연에 머물며 자연과 호흡해 왔고 자연으로 인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긍정하게 되고 자연미와 동질성을 갖고자 했습니다.”

이 같은 사유는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강길원의 정신을 의미한다. 어느 곳이나 현장을 찾아가 자연의 미적 요소를 찾아내고 그 순수자연의 미적 요소를 화폭에 옮겨 왔으며, 8090년대에는 강길원원근법이라는 기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것은 역원근법이라는 독창성이다. 전체적인 구성의 배면에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유의 범위를 넓히면서 생활 속에 현재(顯在)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춤과 같은 인간의 움직임을 감각감정의 이미지로 은유시키면서 새로운 4차원적 풍경화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또 다른 점은 굵은 붓으로 서예의 일필휘지(一筆揮之)와 같이 순간에 지나가는 선묘이다. 산의 능선이라든가 사물의 선은 간결하면서도 통쾌하게 풍경 전체의 조화를 형성하는 주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신묘에 가까운 일필휘지는 동서양양(東西洋洋)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도로 숙련된 테크닉이다.


세계 각국의 많은 미술가들이 현장체험을 갈구하는 것은 생동감과 생명력 때문이다.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위대한 미술가들이 모두 현장에서 체험한 사유에 의해 살아 있는 작품을 남겼다. 르누아르도 모델 없이는 작품을 하지 않았고, 밀레도 바르비죵에서 풍경화를 그렸고, 고갱도 타이티에서 그렸다. 뿐만 아니라, 고흐도 피카소도 램브란트도 시각적, 청각적, 정신적 체험에 의해 창작활동을 해 왔다. 인물을 그릴 때도 모델을 보면서 그리는 것과 임의로 모델 없이 그리는 인물은 차이가 크다. 대한민국에서도 화실에서 재창조라는 명분으로 반복, 복제, 모방이라는 미학적 개념에 묶여 작품을 하는 미술가들이 많지만 현장체험에 의해 창작활동을 하는 미술가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강길원의 작품이야말로 현장체험에 의한 감각감정의 발로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풍경화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강길원의 작품에는 자연의 미에서 미술의 미로 완성시킨 결여의 미라는 특징이 있다. 순수한 미의 요소는 사실의 상으로부터 결여의 미가 있는 것이다. 미술에 있어서 미를 표출하기 위해서는 그려지거나 또는 결여시키면서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미술의 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미술가들이 자주 기교만으로 내용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강길원은 기교보다 내용에 충실하다. 기교라면 이미 수채화에서 기력(氣力)이 충분히 발휘되었다. 회화적 충실성이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가 더욱 활용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서양과 동양은 정서적 관념이 다르다는 점을 주지해야한다. 자연을 개초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서양근대에 있어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서양사상의 근간이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설(質料形相說)은 서양 존재론의 중심적인 개념이 되었고, 그것은 자연을 소재(素材)로 하여 인간의 구상을 형상(形相)으로 개조한다는 생각이었다(아리스텔레스 형이상학). 그러나 동양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자연미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역사적으로 입증이 가능했다. 서양은 황폐한 땅에 프론티어적인 도시건설이 시작되어 인간화된 도시풍경이 지배적이었지만 동양의 오랜 역사는 고전적인 풍경이 살아 있어서 순수자연의 서정성이 끊임없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적인 자연관이 있다. 신의 작품으로써 신의 세계에 있어서의 자연과 이러한 사상적 원형을 인간이 만들어 낸 예술작품과 비교하는 경우이다. 그렇지만, 예술작품은 자연물의 모방(模倣)으로써 자연보다 실제로 다른 플라토니즘(platonism)에 있었다.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자연미의 대표적인 우위설이었다.

아주 쉽게 말하면, 실존적인 자연이든 정신세계에서 만들어진 상상의 자연이든 이를 표현하는 것을 풍경화라고 말하는데 도시풍경과 같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풍경이 있겠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있다. 따라서 현대회화에서 미술가들이 추구하는 자연관은 여러 가지 경향으로 크게 작용한다. 도시풍경은 자연경관의 이른바 문화적 이미지이다. 항만풍경, 선착장, 남산타워, 에펠탑 등이 풍경화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도 자연경관의 인간화로써 서양 관념적 자연관에서 풍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회화에 있어서의 자연관이란 빛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현상 즉, 낯에는 밝은 태양, 밤에는 암묵적인 서정 넘치는 달빛이 자연계를 물들이는 현상도 풍경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풍경화만을, 특히 살아 있는 실경 풍경화만을 묘사하는 강길원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생생한 생명력이 돋보이면서도 또한 회화적인 표현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이 인위적이면서도 자연적인 예술성이 복합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굵고 강한 선은 전체 풍경을 압도적이면서도 전체적인 조화가 이루어져 있고 단번에 긋는 필선은 경이로운 숙련도를 나타내고 있다.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각종 생명이 멸종되어 가는 현대에서 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작품으로 완성하는 미술가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인류사회에 미의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천만다행한 현상이다. 자연계의 풍경이 소멸되면 풍경화를 그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풍경은 풍경에 앞서 이미 자연 안에 존재하고, 풍경화는 그것을 모사(模寫)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는 그 정도 단순한 것이 아니다. 풍경의 소멸은 현실생활세계의 현주소이며, 또한 풍경화의 종언은 예술사의 자율적인 영역에서의 사건이기 때문에 양자는 단순한 인과관계로 결부시킬 수 없고 오히려 획연(劃然)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현상은 먼 훗날 실존적인 자연만을 묘사한 강길원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자연 풍경, 또는 환경이 극명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며 결국 예술로서의 가치는 물론 환경과 역사성으로도 크나 큰 가치로 존재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싶다. 그 만큼 자연의 파괴나 환경오염도 심각한 것이며 끝내는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조차 크다. 결국 우리는 강길원의 작품에서나마 사라져 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되며 후회하고 반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연의 미란 본래부터 존재하는 미이다. 인위적으로 창조한 것이거나 가공하여 어떤 미적 요소를 가하지 않은 물체의 미이다. 그러나 인류가 존재하지 않으면 자연미라는 말도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자연은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가운데 비로소 심미의식이 있게 되고 자연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심미활동이 전개된다. 심미활동이란 감수, 지각, 상상, 정감, 경험, 사유 등의 인식능력과 감성능력의 심리적 공능(功能)이 심미대상으로 받는 어떤 자극과 교차되고 융화되어 형성된 심리상태이다. 이 같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간과하면 자연을 대상으로 훌륭한 미술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림은 근본이 아름다운 것을 묘사하는 것이고 그것을 그리는 미술가의 마음도 아름다워야 하며 수양을 근본으로 해야 창조력이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인 미를 창조하는 기반을 사유하면서 기교가 너무 앞서서도 안 되고 사실성이 지나치게 결여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오랜 연륜에서 비롯되는 강길원의 지론은 자연의 미를 미술의 미로 승화시키는 정신적 소산(所産)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서 도출되고 있는 예술성이 바로 자연을 체감하고 자연을 지각하면서 자연에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작품으로부터 자연의 순수한 미적 요소를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르브랑(Clarles LeBrum)표현이란 자기 발견의 도정(道程)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예술에 있어서의 표현은 외적세계와의 접촉에 의해 세계의 소리와 개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만나서 표현이 가능해진다. 결국 자아의 소리란 과거경험의 총체가 아니겠는가. 인격에서 발하는 잠재적인 표현의욕이며 그것이 구체적인 형()을 만들기 위해 자아의 소리를 듣는 경험과 표현을 결정지으면서 양자의 결합이 성립되는 것이다. 강길원은 이러한 이론을 자신의 작품과 접목함으로써 독창적인 자기의 회화세계를 열고 있다. 그러니까 동양의 철학이 접목된 심상표현(心像表現)의 결정인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이러한 미감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미술가로서는 치명적이다. 미술가와 미술품을 보는 사람은 수평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관자와 미술가와의 차이는 재능의 유무일 뿐이다. 만약, 관자가 미술품을 보고 감동을 얻지 못하면 그 작품은 의미가 없다. 미술가가 깊이 사유하는 이유이다.

팔순을 맞은 강길원의 건강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금도 아름다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자연과 호흡하며 위대한 자연과 정신적인 일체감을 실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긴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강길원의 굵은 선이 쉽게 가며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간결한 선의 조화력, 겨울 설경에서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맑고 따뜻한 색감, 순간에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필선은 붓에서 나오는 흔적이 아니라 쾌감을 일으키는 조건이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유기적인 상태, 감각, 지각, 표상 등의 내부에 있어서의 정신력의 쾌적(快適)이다.

<작가 프로필>  

<학력 및 경력>

광주사범학교 졸업/조선대학교 미술과 졸업/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과 졸업/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ére,Paris, 수학

<수상>

2012 미술인의 날 본상 수상/2004 옥조근정훈장 수상/2003 충청남도문화상 수상/1981 스페인 국제미술페스티벌 특별상 수상/1968∼1974 국전 추천작가/1975∼ 국전 초대작가/1962∼1967 국전 특선 6회

<소장처>

독립기념관/국립현대미술관/청와대/국무총리실/농협중앙회/국립 공주대학교/경남은행 본점/천안 상록리조트 등

<기타경력>

경희대학교. 국립 제주대학교, 국립 공주대학교 교수 역임/미국 Bridgeport 대학교 교환교수 강의/(사) 목우회 부이사장/(사) 한국수채화협회 부회장/(사) 대한민국 미술대전,목우회,전남,경인,충남,충북,한국 수채화,금강, 인천 미술대전 등 각종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초대전,해외전,국내전 다수 500여 회

<현재>

(사) 목우회 고문/국립 공주대학교 명예교수/(사)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대한민국 회화제 고문/현대사생회 고문/한국미술협회 상임 고문

 

 

 

 

 

 

 


<
참고자료
>
쾌적(快適) - 감각, 지각, 표상 등의 내부에 있어서의 쾌감.
심상(心像) -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印象)
구상(具象) - 개체(個體)가 특수한 형체나 성질을 갖추는 일
현상(現象) - 본질이나 본체(本體)의 바깥으로 나타나는 상
현재(顯在) - 나타나 있음
일필휘지(一筆揮之) - 한숨에 글씨나 그림을 줄기차게 쓰거나 그림
힉연(劃然) - 명확하게 구별된 모양
공능(功能) - 공들인 보람을 나타내는 능력
소산(所産) - 생산되거나 생기어 나타나는
플라토니즘(platonism) - 플라톤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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