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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청, 부적절한 재개발 준공인가로 물의
흑석7구역 대원교회, 권익위와 서울시에 민원 제기
기사입력: 2020/05/30 [10:30] ㅣ 최종편집: 나눔뉴스.
한용철 기자

 

▲  강제철거 당시 대원교회 건물 모습     ©


[나눔뉴스= 한용철 기자] 신도시의 위용을 한껏 뽐내고 있는 동작구 흑석뉴타운. 불과 5년 만에 상전벽해란 말이 전혀 무색치 않을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재개발 사업이야말로 가난한 동네를 부자 동네로 손쉽게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명성만큼 추악하다’는 말처럼 재개발 사업도 화려한 겉모습만큼이나 그 이면은 추악하다.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많은 이들의 피눈물이 곳곳에 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재개발 지역과 동작구청 주변에는 피해자들의 원성과 절규가 담긴 갖가지 문구들이 나붙어 있다. 하나같이 일부 재개발조합의 무리한 사업추진 방식과 이를 알면서도 정당한 관리감독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묵인해준 구청의 행태를 질타하는 내용들이다.

 

◆ 설상가상의 위기에 처한 대원교회

흑석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강제철거라는 날벼락을 맞았던 대원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가 이번에는 정당한 보상권리를 날치기 당했다.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관할구청의 편파적이고 소극적인 행정처분으로 불완전한 상태의 토지를 보상으로 받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대원교회는 흑석뉴타운 조성 과정에서 커다란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흑석7재정비촉진구역(흑석동 158-1 일대 74,474㎡ 규모)에 포함된 대원교회는 지난 2016년 5월, 교회건물 강제철거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해당 구역의 사업주체인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과 교회 이전에 따른 보상과 관련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으나 조합측이 명도소송 승소 후에 태도를 돌변해 기습적으로 철거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1985년부터 이 지역에서 터를 잡고 지역사회의 선교와 봉사를 위해 힘써왔지만, 갑자기 나타난 무자비한 포식자에 의해 교회의 권위와 권리를 송두리째 유린당한 것이다.(사진1. 2016년 교회건물이 철거된 자리에서 예배를 하고 있는 대원교회 교인들)

 

이후 1년 동안 대원교회는 억울한 사정을 교계와 사회에 호소하면서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등 지난한 협상과정을 거쳤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대원교회는 재개발구역 내에 이전의 토지면적에 해당하는 1대1방식의 대토를 포함한 보상합의를 조합과 이뤄냈다.

그런데 조합측은 또 한 번 교회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파렴치함을 보였다. 교회가 보상으로 받은 대지가 경사도가 높은 곳이라 상식적인 대지조성공사를 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지난해 12월 동작구청으로부터 준공허가를 받아내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 철거된 교회터에서 예배를 하고 있는 대원교회 교인들     ©

 

◆ 대토보상의 의무를 저버린 조합

대토보상이란 토지보상금을 현금 대신 개발된 땅으로 지급하는 것인 만큼 보상받는 토지가 편입되는 토지 가치보다 높은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교회가 보상받은 토지의 지금 상태로는 그 가치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회의 이전 소유 부지는 건물이 있고 주변 대지와 석벽으로 경계가 구분된 평탄한 대지였다. 그러나 보상받은 토지는 최저지점과 최고지점의 격차가 9m에 달하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사진2. 교회가 보상받은 현재 부지 전경)

 

조합측은 2017년 교회와 체결한 보상합의서의 대토관련 내용 중, “을(교회)이 교회건물 신축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여 건축물이 철거된 현재의 부지 상태로 인도하며, 을(교회)의 대토 부지의 사용 및 완전한 관리사용에 법적인 하자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2조 제3항)는 조항을 근거로 대지조성 공사를 해 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 조항 가운데 ‘건축물이 철거된 현재의 부지 상태로 인도하며’라는 부분만을 떼어내 공사를 해 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합의 주장과 달리 다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조합이 합의서의 일부 내용을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재개발 관련 소송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조합의 주장은 합의 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비상식적인 것이며, 오히려 해당 조항은 조합이 교회가 요구하는 대지 상태로 양도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대지조성 공사를 하지 않고 대토를 강행하는 조합의 행태가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지상 경계의 결정 기준을 ‘연접되는 토지 간에 높낮이 차이가 있는 경우 그 구조물 등의 하단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상 경계를 새롭게 설정할 때는 지형을 고려해 토지 경사면의 하단부를 그 경계로 해야 하며, 부득이 토지 경사면의 하단부를 경계로 할 수 없을 때에는 옹벽 등의 구조물을 설치한 후, 그 구조물(옹벽 등)의 하단부를 지상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 단순 직무유기인가 조합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인가?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작구청은 조합의 준공인가 신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원교회는 조합의 불완전한 대토 보상에 대해 많은 문제가 있다며 공문발송과 직접 방문 등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청의 담당공무원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아무리 민간에서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이라지만, 관련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구청이 교회의 정당한 민원을 도외시하고 적극적인 관리감독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로 고발까지 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구청의 준공인가 과정을 살펴보면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동작구청이 동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을 인가할 때 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설계도면에는 교회가 보상받은 대지의 높낮이(ground level)와 토목옹벽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명확히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구청은 타당한 이유 없이 조합의 사업시행변경주장을 인정해 줬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점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교회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었음에도 조합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사실이다. 구청의 담당공무원들이 조합의 사업시행과정에 소홀히 넘길 수 없는 하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은 특혜의혹을 불거지게 만들 수 있는 잘못된 처사다. 조합이 최초의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하지 않게 해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부당이득을 취하도록 혜택을 준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조합 편의 봐주기’라는 의심을 넘어 구청이 재개발 조합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담당공무원들의 행태는 더욱 비판 받아 마땅할 것이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동작구청의 담당공무원들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관련된 답변내용이라곤 앵무새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합의서의 내용을 근거로 한 조합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그대로 되뇌고 있을 뿐이다. 설계변경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조합의 주장을 따라 전체 사업시행변경에 포함되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도시개발관련 업무를 취급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은 동작구청의 담당공무원들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이런 경우에 제일 중요한 판단자료는 사업시행인가 시에 조합이 제출한 설계도면인데, 변경도면이나 준공도면에 명확한 변경이 없었다면 당초 사업시행인가 도면대로 공사를 해야하는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 무분별한 재개발사업은 ‘탐욕의 적폐’

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불도저식 재개발로 선량한 시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여기저기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구현'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재개발 사업은 여전히 '불의하고 불공정한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욕망에 눈이 멀어 낙후된 환경을 무조건 갈아엎고 새로운 환경으로 바꾸는 재개발 사업은 지속가능사회로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다. 우리 사회가 시급히 척결해야 할 대표적인 탐욕의 적폐다.

 

이미 준공허가가 났고 조합은 청산절차에 돌입했지만 대원교회의 문제는 재개발사업의 어두운 이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동작구청에 대한 비판 여론은 물론 사회적 관심도 증폭될 전망이다.

 

물론 대원교회의 대토보상 관련 건은 기본적으로 교회와 조합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법으로 관할구청에 재개발과 관련한 인·허가권을 부여한 것은 지역사정을 잘 아는 공무원이 힘없는 시민의 사정을 헤아려 중재자의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따라서 재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지방공무원들은 대원교회의 경우처럼 억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재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보다 엄격하고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동작구청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대원교회는 동작구청 담당공무원들의 불공정한 처사를 바로잡아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또한 강제철거를 당한 2016년의 경우처럼 구청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교계와 사회에 적극 알려나간다는 입장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사회는 그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할 것인가. 대원교회의 민원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두 기관의 판단이 지속가능사회를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얼마나 부합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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